알립니다

서울글쓰기모임 8월 풍경

작은책

view : 411


이번 달에 모인 분은 모두 열네 분입니다. 오랜만에 노년유니온 고현종 씨도 나오셨습니다. 글은 모두 9편이 나왔습니다. 정혜윰 씨는 조금 일찍 나와서 <작은책> 사무실에서 글을 썼습니다. ‘노동당원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글입니다. 직장을 그만둔 지 얼마 되지 않아 노동당 중앙당에서 상근자로 일해 달라고 해서 잠깐 동안 일했던 내용입니다. 물론 정혜윰 씨는 노동당원입니다. 그런데 출근한 날부터 탈당계가 쏟아져 들어옵니다. 정혜윰 씨는 당원 관리를 하면서 결산서를 보고 깜짝 놀랍니다. 당비 문제도 그렇고 인수인계도 안 하고 나간 사람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회계 책임자를 변경해야 하는데 전화도 안 받습니다. 노동당이 기로에 선 이야기입니다.

김경욱 씨가 뒤돌아 볼 여유가 있는 자만이 내일을 말할 수 있다를 써 오셨습니다. 편지지에 손글씨로 썼습니다. 김경욱 씨는 영화 <주전장>을 관람하고 후배한테 받은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 이영훈의 종족 반일주의를 읽었다고 합니다.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논리가 없고 공감 능력도 떨어지고, 편협한 극우 논리를 주장하는 책으로 읽기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김경욱 씨는 안국동에서 일본의 경제 침략을 반대하는 집회에 참가했는데 요미우리TV’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습니다. 김경욱 씨는 일본 기자한테 가해자 일본이 당연히 사죄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인터뷰를 합니다. 김경욱 씨는 또 다른 날 친구 할아버지 댁을 방문해 올해 94세 되는 할아버지를 만나러 수원에 갑니다. 할아버지는 친일파 잔재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하늘을 찌릅니다. 왜놈들이 사과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고 죽는 게 소원이라는 말이 김경욱 씨한데 울림으로 전해옵니다. 글을 조금만 더 정리를 잘 하면 주제가 뚜렷한 글이 나올 듯합니다.

고현종 씨의 문제작 누구세요는 깜짝 놀랄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집에서 토스트와 우유를 먹고 있는데 누군가 들어옵니다. 누군가 문을 우산으로 고리를 풀고 들어오는 걸 보고 침대 밑으로 숨습니다. 그런데 들켰습니다. 갖고 있던 스프레이로 그 사람 눈을 향해 스프레이를 뿌립니다. 남자는 쓰러지고 주인공은 유유히 그 자리를 빠져 나옵니다. 알고 보니 주인공이 도둑이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 글을 다 읽고 모임 회원들한테 맞을 뻔했습니다.

이근제 씨는 건설현장 이야기를 써 오셨어요.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노동자들은 별로 없을 겁니다. 다 모으면 책이 한 권 나오지 않을까요? 현장 일 마지막 날에 오버타임을 했는데 오히려 돈이 적게 나온 이야기입니다. 협력사 사장이 돈을 더 받고 개고기를 사주는 걸로 때우려고 했는데 이근제 씨는 너무 늦어 그냥 퇴근합니다. 그러면 돈을 더 받아야 하는데 그 사장은 슬쩍 그 오버타임 임금을 꿀꺽합니다. 글쓴이는 다시는 그쪽 팀과 상대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박영희 회장은 좀 늦게 나오셨어요. ‘여행에서 일 순위가 화장실이었다니라는 글입니다. 지난번에 유럽여행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화장실 문제가 가장 괴로웠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실에 있는 화장실 같은 것이 없고, 공중화장실인데 가봤더니 토가 나올 거 같습니다. 그냥 길에서 쌉니다. 조금 깨끗한 곳은 유료화장실입니다. 물값도 너무 비싸서 마음대로 못 사먹습니다. 1012일 동안 물 값을 아끼려고 안 먹었는데 그게 5만 원 정도 된답니다. 글쓴이는 한국보다 좋은 나라가 없답니다.

손재훈 씨는 쿼바디스 도미네!’를 써 오셨어요. 얼마전부터 교회 저녁 예배에 참석하고 있는데 교회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교회 목사가 어느날 전병욱 목사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구성원에게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습니다. 전병욱 목사는 자신이 담임목사로 있는 교회에서 여려 여 성도들을 성추행한 범죄자입니다. 그런데 교회 구성원들은 그 물음에 목사님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손재훈 씨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손재훈 씨는 교회를 떠났는데 마음 둘 곳이 없어서 다른 교회를 전전합니다. 하지만 우리 교회가 어떤가요? 과연 마음 붙일 수 있는 곳일까요? ‘쿼바디스 도미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대해심(가명) 씨는 내게 있는 눈물을 써 오셨어요. 남편이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하던 날, 그 장면을 썼는데 어쩌면 그렇게 담담하면서도 생생하게 썼는지 놀랐습니다. 그런데 글쓴이는 눈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 재혼을 합니다. 남편과 갈등이 심했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힐링수련센터를 찾았습니다. 글쓴이는 그 자리에서 온갖 분노와 슬픔과 웃음을 미친 듯이 표출합니다.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고 신문을 찢어발기기도 하고 다듬잇돌에 플라스틱 방망이를 두드립니다. 글쓴이는 사람은 그때그때 감정을 표현하고 제값을 치러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정로빈 씨는 제목이 없이 군대 생활하는 이야기를 써 왔습니다. 군대는 아직도 수구적인 사상이 굳건한 장입니다. 여단장을 비롯한 사령부에서는 조선일보를 보고 간부들은 노조를 혐오하는 사람들입니다. 글쓴이는 SNS 계정 프로필에 노동당 당 깃발 사진과 쌍용차해고 노동자 복직 피켓을 들고 1인시위하는 사진이 있습니다. 어느날 상사가 정로빈을 불러 군인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그걸 지우랍니다. 정로빈은 우익정당이어도 문제되겠습니까?’라고 묻고 싶지만 참고 그걸 지웁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자기들끼리 정로빈이 공산주의자 아니야고 했답니다. 참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기막힌 이야기입니다.

최성희 씨는 요즘 남편과 캠핑카에서 살고 있습니다. 집을 팔아버리고 산 캠핑카입니다. 최성희 씨는 요즘 불만이 있습니다. 남편이 저녁에 술을 너무 먹습니다. 만약 남편이 술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면 헤어질 생각까지 합니다. 하지만 아직 그럴 정도는 아닌 모양입니다.

한 달 전 5만 원짜리 중고 자전거를 사서 배우고 있습니다. 28살 때 처음 자전거 타는 걸 배우다가 다쳤습니다. 그동안 자전거는 외면하고 살았는데 이젠 어느 정도 탈 줄 압니다. 캠핑카로 돌아와 남편은 잠들고 글쓴이는 핸드폰으로 뉴스를 봅니다. 오늘도 하루가 갑니다. 캠핑카에서 사는 게 과연 언제까지 행복할까요. 글을 읽는 이들이 참 궁금해 합니다.

노청한 선생님은 이번에 글을 써 오지 않고, 칠순 때 문집을 만드신다고 그동안 써 놓은 글을 보자기에 싸 들고 오셨습니다. 좋은 글이 많았습니다. 출판사만 잘 만나면 주제가 있는 좋은 책이 나올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작은책이 여유가 있다면 해볼 만한데 그럴 여유가 없네요.

뒤풀이가 끝나고, 글을 안 써 온 김서영 씨까지 모두 8명이 한강공원을 갔습니다. 모두 캠핑카로 가서 구경을 하고 잔디밭에 모여 앉았습니다. 바람이 조금 불어 선선하다는 느낌이 드는 저녁이었습니다. 한강공원에서 술 한잔하고 갈 분은 가고 나머지 몇 사람이 다시 캠핑카로 가서 술 한잔 더! 멋진 서울글쓰기모임이었습니다.

다음 모임은 928일 토요일입니다. 그때는 가을이 더 깊어지겠지요.




먼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주세요.

창닫기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