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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글쓰기모임 뒷이야기(2023.12.23)

월간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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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글쓰기모임 뒷이야기


일시 : 2023년 12월 23일(토) 오후 4시

장소 : 휴서울이동노동자 합정쉼터

참석자(총 17명) : 심영수 김채원 임정희 심은연 노미정 이은주 강주원 이근제 김서영 이원일 최미아 안미선 이경아 엄익복 최문섭 신영옥 유이분 정인열

 

12월 글쓰기모임에는 생활글 공모전 수상자 이은주, 강주원씨와 안미선 심사위원도 함께 해주셨습니다. 장려상을 받은 이은주 씨는 친구 심은연, 노미정, 최미아 님과 함께 울산에서 먼길을 와주셨어요.

 

이원일 독자님은 천안에서 오셨는데요. 자신의 삶을 책으로 내고 싶어 글쓰기모임에 참석하셨습니다. 뒤풀이에서 손수 빚은 막걸리를 가지고 오셔서 회원들에게 나누어주셨는데, 맛이 일품이라고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안미선 작가님은 글쓰기에 관해 모두에게 동기를 부여해주며 칭찬과 격려, 글쓰기에 관한 핵심적인 정리까지 해주셔서 모두를 감동시켜 주셨습니다.

 

글쓰기모임이 끝나고 뒤풀이겸 송년회를 했습니다. 작은책 사무실에 있는 2023년 발간된 신간들을 회원들에게 나누어 주고, 조촐하게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2차로 태복빌딩 사무실로 가서 담소까지 나누며 2023년도 글쓰기모임을 마무리했습니다.

 

 

■ 모임에서 나온 글

총 6편이고 각 글의 일부분을 올립니다.

 

<서비스가 뭐라고>_ 최문섭
나는 건축물의 유지관리를 위한 여러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
...
얼마 전 ○○○대학교가 용역사업을 발주해서 입찰공고가 올라왔다. 대학교 건물의 청소용역인데 나라장터 온라인 입찰이 아닌 현장 직접입찰 방식이다. 현장답사 및 입찰등록을 위해 두세번은 학교에 가서 현장을 살펴봐야 한다.
...
같은 사업이라도 국가종합전자조달(나라장터) 온라인 입찰이면 참가업체는 2,000개 이상이다. 담당자가 업체별로 입찰서류를 제대로 제출했는지 살펴본다. 제출서류가 하나 부족하거나 인감도장이 누락되면 끝이다. “입찰서류 하나를 안 챙겨가서 입찰등록을 못했습니다” 이런 보고를 하는 직원한테 누가 월급을 주고 싶겠는가.

 

<읽기에서 쓰기로>_ 최문섭
나보다 두 살 많은 형은 신기하게도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 하고 공부를 잘했다. 부모님이 봤을 때 첫째가 공부를 잘하니까 매우 만족해하면서 동생들이 형의 좋은 점을 보고 배우기를 기대하지 않았을까? 동생들이 형처럼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나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녔으며, 5년 터울의 동생은 내 후배가 되어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 지금은 삼형제가 다 결혼해서 그럭저럭 살고 있는데, 형이랑 형수는 미국에서 지내며 같은 학교에서 일을 한다. 부모님은 미국에서 박사가 된 장남과 며느리를 자랑스러워 하지만 아들이 사는 집을 구경도 한 번 못해보고 얼굴도 자주 보기 어려운 점을 아쉬워하신다. 그럴 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최씨 집안 삼형제 중에 서울대 나와서 미국에서 교수하는 아들은 한 명이면 충분하지.“ 
 몇 년 전에 어머니가 병원에서 수술 할 때나, 구로에서 역곡으로 이사 할 때도 옆에서 도와준 사람은 미국에 있는 장남이 아니라 서울에 사는 둘째 아들이다.

 

<공급과 배달의 차이>_ 엄익복
언젠가부터 성과관리제도라는 것이 도입되어 실무자들의 업무를 나누고 일의 중요도를 규정했는데, 공급은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기획이나 창의력이 전혀 필요 없는 중요도가 가장 떨어지는 일로 평가 받고 있는 것이다. 업무형태에 따라 정해지는 역할수당도 가장 적게 책정되어 있다. 공급이 대부분 외부 공급자들에게 넘어 갔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는데, 아직 공급을 하고 있는 실무자들도 있다. 바로 내가 지금 공급을 하고 있다. 공급을 하면서 최하위의 낮은 평가를 받고 있으니, 일의 의욕이 전혀 생기지 않고, 부끄럽기까지 했다. 20년을 넘게 일한 나에게 공급일을 시키며 최하위라는 업무평가를 하는 것이 못마땅하고 원망스럽기만 했다. 무엇보다 이제 더 이상 공급이라는 말을 고집하지 않고 단순배달, 배송이라는 말을 써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만큼 일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이 안타깝고 화가 났다. 여전히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가치 없는 일로 치부하고,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기운 빠지게 했다.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렇게 짓밟으면서 성과관리라는 것은 왜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그 성과관리라는 것으로 힘을 얻고 동기부여가 될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걸로 상처 받고 의욕을 잃게 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면접>_ 이근제
5분정도 기다리다 내 차례가 됐다. 면접관이 어디에 지원하려하느냐 물었다. 사회 서비스 형에 지원하려 한다고 했다. 일 곱 가지 유형 중 한 곳만 지목 하라고 한다. 승강기 안전 관련 쪽에 지원하고 싶다고 했다. 
“그것에 관련된 업무를 봤거나 자격증이 있으세요?”
“자격증은 없고, 예전에 승강기 안전교육은 받은 것 같은데 필증 같은 것은 다 없애서 지금은 아무 것도 없는데요.” 
“예전에 어디에 근무 했으며 무슨 일을 하셨어요?”
“한국지엠에서 일을 했고, 완성차 운전원으로 일을 했어요.” 
“그러면 기계에 대해서는 잘 모를 것 아니에요?” 
“나는 지금까지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한 번 보면 다 해냈어요.” 
같이 일하는 사람과 마음이 맞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나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 참는다고 했다. 옳지 않은데도 자꾸 자기주장을 내세우면 어떻게 할 거냐는 식으로 물었다. 두 번, 세 번까지는 참다가 자꾸 그러면 말로 한 번 내지른다고 했다. 
“그렇게 참다보면 스트레스가 쌓일 거 아니에요?”
“나는 가정에서고 직장에서고 쌓이는 스트레스를 다 풀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글로 풀어내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지금 책으로 엮는다면 여섯 권 가량이 돼요.” 
이밖에 계단을 많이 올라 다닐 수도 있다며 앉았다 일어나는 것과 팔을 위로 올렸다 내리는 것도 시켰다. 잘한다고 하길래 하루 세 시간씩 운동을 한다고 했다. 그것으로 면담은 끝내고 서류에 미비한 것을 물으며 체크하고는 됐다고 한다. 면접관이 나이는 아주 어려 보였지만 자리에서 일어나며 ‘수고 하셨습니다’ 인사를 하고 뒤돌아 나왔다.

 

<콩가루 집안의 명예>_ 신영옥
  시동생은 이혼에 두 번이나 성공하고 삼혼했다. 동서는 재혼이었다. 몇 년 전 동서의 아들이 결혼했다. 동서 아들 결혼식 혼주석에 동서와 동서의 전남편이 앉았다. 동서 아들이 결혼하고 나서 두 달 후에 조카딸이 결혼했다. 조카딸 결혼식 혼주석에 시동생과 전동서가 앉았다. 그 얘기를 같이 일하는 숲해설가 동료에게 말했더니 대뜸 “콩가루 집안이네.”라고 말했다. 나는 그 선생님에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정든 마을에서 늙어갈 수 있다는 것>_ 심영수

엄마는 다음날 소파에서 주무시다 굴러 떨어져 갈비뼈가 골절되었다. 결국 주말이 되기 전에 급히 강릉으로 내려갔다. 딸자식이 셋이나 있는데 혼자 쓸쓸히 병원에 누워있는 엄마를 보니 너무 죄스러웠다. 문병 오신 엄마 친구의 얘기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엄마는 오빠가 떠나기 전부터 턱이나 손을 미세하게 떨었고 말투나 걸음걸이도 조금씩 느려졌었다고 한다. 그래서 파킨슨병이 아닌가 의심하던 참이었는데 최근에는 통화 도중에 엄마가 갑자기 누구시냐고 묻더니 전화를 그냥 끊었다고 한다. 치매인가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셨단다. 아무리 오빠 간병에 경황이 없었다지만 그 동안 엄마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니 이건 무심함도 아니고 그냥 불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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