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책 읽기

오만한 경영 마인드 몰락의 시작

월간 작은책

view : 6066

일터 이야기

일터에서 온 소식

 

오만한 경영 마인드 몰락의 시작

정재순/ 전국언론노동조합 좋은책신사고지부 사무국장 


좋은책신사고는 《쎈》, 《우공비》 등 중·고등학생 문제집을 만드는 교육 회사이고, 이 회사 홍범준 대표는 ‘학생들에게 진정한 꿈과 행복을 찾아 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저와 저의 동료들이 목격한 것은 안팎으로의 갑질, 고용노동부로부터 인정받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만 10회 이상 및 기타 각종 위법으로 얼룩진 노동인권 유린입니다. 그룹사 전체 약 200명이었던 인원들은 3년 만에 절반이 되었습니다.

 

      

▲ '좋은책신사고'가 출판하는 참고서 《쎈》, 《우공비》 .

 

흔히 인사 담당자에게 필요한 역량은 ‘직원과 경영진 양측을 동시에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쩌다 보니 저는 2017년 6월 ‘좋은책신사고’라는 출판사의 인사팀 지원 공고를 보고 입사한 만 6년의 기간 중, 거의 절반은 대표의 지시대로 인사와 관련된 일을 했고, 나머지 기간은 좋은책신사고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 고충처리 위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좋은책신사고지부 사무국장으로서 대표의 인사권 남용을 견제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극적으로 상황이 바뀌게 된 계기는 우선 2019년부터 함께 일하던 40여 명의 동료들이 말도 안 되는 비리 의심을 받아 순차적으로, 속수무책으로 해고당하는 것을 가까이 보며 ‘이건 정상이 아니고, 당장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다.’라는 제 나름대로의 많은 고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6개월 뒤 저에게도 인사 책임자이자 저의 관리자인 분이 대표의 말을 그대로 전하며 ‘타 지역으로 전출시킨 A부문장을 믿지 못하고, 정재순 씨를 포함 그 밑에 있었던 직원들을 믿을 수 없다. 3개월 치의 위로금을 줄 테니 오늘 자로 사직서를 써 달라’고 하였습니다.

 

이미 결심이 섰기에 막상 그날의 대응은 어렵지 않았고, 대신 그 시점 이후 하루에도 수차례 권고사직을 종용당하며, 이와 동시에 이름도 낯선 신설 조직으로의 자리 배치, 수차례의 업무용 PC 회수, 메신저 무단 사찰, 벽을 바라보고 잔여 가구 뒤편에 자리 배치, 감사 인터뷰 참석, 십여 차례의 경위서 작성에 이은 징계위원회 출석 요구 등의 이벤트로 2020년 하반기를 가득 채워 보냈습니다. 애초에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성향이라,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에서 다른 직원들의 눈치가 보이거나 불편한 일들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저와 비슷한 피해를 당하였지만 명예 회복을 할 기회도 없이 직장에서 내밀린 많은 직원들은 대응조차 막막하고 억울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이후 누군가 괴롭힘을 당하거나 권고사직을 종용당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찾아가 대응 방법을 알려 주곤 했습니다.

 

▲ 2020년 8월 경 회사는 정재순 씨가 사용하던 업무용 PC를 사유 불명으로 회수했다. 사진 제공_ 좋은책신사고지부

 

이후 제가 개인적으로 구제신청 하였던 부당징계, 부당해고를 전부 인정받고, 이 판정들에 불복한 사측의 재심까지 전부 기각되었습니다. 오히려 기존에 인정받은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산업재해 인정도 받았고, 추가적인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는 것을 보니 더욱 제 자신에게 확신이 들어 2021년 6월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복직하여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홍범준 대표는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직원들의 뒤를 캐기 위해 직원들의 메신저 내용을 무단으로 입수하여 프린트해 전 직원들에게 배부하고 내용을 따라 읽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욕설까지 하며 마치 그 직원들이 업무상 큰 실수를 한 것처럼 꾸며 말하였습니다. 전 직원들은 대표가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들을 대부분 내보낸 후에도,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관련 없는 직원들에게까지 공식처럼 자리 잡힌 불이익 조치(전임자들을 비난하며 가스라이팅→업무 과다 부여→책임 전가 및 업무 배제→퇴사 강요)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을 계속 지켜보았습니다.

 

▲ 2021년 2월 홍범준 대표가 직원들의 업무 메신저를 무단 사찰, 출력해 회람시키며 전 직원들에게 내용을 따라 읽게 하였다. 사진의 밑줄, 별표 등 표기는 홍범준 사장이 직접 친 것이다. 사진 제공_ 좋은책신사고지부

 

이러한 일들이 수십 번 반복되다 보니 회사 분위기는 물론이고 모든 업무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이러한 경영상의 문제들이 매출 등의 수치로 나타나기 시작하니 더욱 악순환이 반복되었고 직원들은 무력하고 침체된 분위기에 익숙해져 갔습니다.

 

이러한 절망적인 분위기에서도 2022년 초쯤 상황을 변화시켜 보려는 인원들이 모여, 잘못 없는 사람이 불안해할 필요가 없도록 고용 안정성을 갖추고 일한 성과만큼의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고자 하였습니다. 그 뜻에 동료들이 조금씩 호응해 주었고, 내부적으로 반년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쳐 현재의 전국언론노동조합 좋은책신사고지부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대표의 성향을 잘 알고 있었던 저희의 예상대로, 현재는 지부의 단협, 임단협 체결을 위한 첫 단계인 교섭 공고 단계부터 막혀 있습니다. 지난 6월 시정을 위한 노동위원회 심판석에도 직접 출석한 대표는 ‘나는 절대 이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위원분에게 헌법이 잘못되었다는 등의 말을 하며 고성과 난동을 부려 모두의 귀를 의심케 하였고, 이번에도 여지없이 좋은책신사고에 또 하나의 불명예를 만들었습니다.

홍범준 대표의 ‘법보다는 (자신의) 상식이 우선한다’, ‘다수결에 따른 결정이 항상 옳지는 않다’, ‘(나의) 직관이 객관에 앞선다’ 등의 시대착오적이며 오만한 경영 마인드는 결국, 좋은책신사고라는 회사에 다수의 직장 내 괴롭힘 인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출판업계에서 흔치 않은 산업재해 발생, 고위험 사업장 선정, 협력업체들과의 불필요한 법적 분쟁, 총판들과의 상생 거부, 가맹 계약에서의 갑질이 원인이 된 국정감사 증인 출석 요구 거부에 이어 이젠 노동조합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기록까지 남기고야 말았습니다.

 

▲ 2021년 초 가맹점 및 지사들은 회사를 상대로 1인시위를 했다. 자회사인 신사고아카데미가 ‘쎈수학러닝센터’ 80퍼센트에 해당하는 영업지사에게 일방 계약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_ 좋은책신사고지부

 

이러한 꼬리표들이 하나씩 모여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고, 결국에는 저희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게 되는 상황까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회사를 위해 군말 없이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들은 각종 언론 매체에서 내가 다니는 회사가 언급되는 것을 보고 듣고, 심지어는 타 회사의 면접 자리에서도 ‘들은 대로 신사고가 정말 문제가 많냐’, ‘너희 사장은 대체 왜 그러냐’라는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할 정도로 부끄럽게 만듭니다. 이러한 이유에서라도, 저희는 회사를 이전의 정상적인 모습으로 되돌리고 싶은 것입니다.

 

▲ 사내 승강기 입구에 부착된 노조 포스터. 사진 제공_ 좋은책신사고지부

 

지금의 첫 단계뿐만 아니라 이후의 단계들도 이처럼 쉽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누구보다 잘 준비해 왔고, 지치지 않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또 어느 때보다 단결력이 강하며, 많은 분들이 힘을 보태 주셔서 이전보다는 훨씬 긍정적인 상황입니다. 어떻게든 잘 되겠지만, 하루라도 빨리 좋은 결실을 맺어 좋은책신사고지부라는 지붕 아래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구성원들이 더 이상 이 회사로 인해 꿈, 행복, 자유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고, 저희 지부 설립 취지처럼 ‘최소한 사람답게 존중받으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자동입력방지 스팸방지를 위해 위쪽에 보이는 보안코드를 입력해주세요.

먼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주세요.

창닫기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