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당

독자 투고

오빠에게 해 줄 수 있는 것(2)

최성희

view : 2857

부모님께도 오빠의 말기암 상태를 알렸다. 팔순 부모님은 이미 환갑에 시신기증서약을 했고, 생명연장시술을 받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오빠가 병원에서 마지막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는 걸 원치 않았다. 동생이 아버지가 그날 제부 앞에서 오열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제부는 집에서 혼자 기타치고 노래를 부르다가, 대성통곡을 했단다.

8월 말, 병원비 중간계산이 500만원이 넘어갔다. 오빠 전화가 왔다.

성희야, 병원 직원이 중간계산을 했으면 한다. 어떻게 하지?”

걱정 마, 병원비는 내가 천안 가서 정리할게. 직원에게 동생이 와서 한다고 말해. 긴급의료지원비를 받으면 되고, 엄마나 나나 여유는 있어. 그런데 아직 아무것도 못 먹어?”

튜브로 조금 넣는데, 잘 들어가지 않아.”

아프진 않아? 항암치료는 한다고 했는데 아직 안 들어갔어?”

괜찮아. 나는 아픈 건 모르겠어. 항암은 시작하지 않았어.”

건보담당자는 암환자 경우 의료비지원을 받아, 본인 부담금이 적다고 말했다. 중간계산은 암환자로 산정이 되지 않아 금액이 높았다. 그걸 우리는 몰랐다. 오빠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앞으로 오빠 병원비가 얼마나 들어갈지, 그리고 천안의 생활비가 걱정이 됐다. 8월 말에 진행하려고 한 항암치료가 계속 미뤄지고 있었다. 병원에선 보호자인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910일 담당의사와 면담 약속을 했다.

호스피스 센터 상담을 했다. 오빠의 상태에 대해 말하고 지금 병원에서는 항암치료를 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곧 항암 담당 의사와 면담을 할 거라고 했다.

항암을 하게 되면, 지금보다 몸 상태가 훨씬 안 좋아 질 가능성이 높아요. 오빠에게 충분히 말기암 상태에 대해 알리고, 삶의 마무리를 선택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의사에게도 물어보세요. 만약 당신이라면, 지금 어떤 선택을 할 건지 말이죠. 마지막 순간까지 그래도 가족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나는 상담을 하면서 계속 눈물을 흘렸다. 상담자가 나를 위로해주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알려줬다. 호스피스입원도 서류가 많이 필요했다. 이 병원 같은 경우, 지금은 입원이 바로 가능하지만, 막상 우리가 입원을 원하는 날짜에 바로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 나도 그건 안다. 말기암환자에 비해 호스피스 병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오빠는 항암과 수술을 받겠다고 한다. 오빠와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살겠다는 사람에게 임종준비를 하라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해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처음에 부모님은 부모님 집과 재산을 오빠의 치료비에 쓰신다고 했다. 그러나 5살과 8살 그리고 한국말 못하는 베트남 며느리를 생각하고, 오빠가 모든 돈을 다 쓰고 가면 안 된다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셨다. 어떻게든 산 사람도 살아야 하니, 우린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남편이 도서관에서 [죽음을 배우는 시간]이라는 책을 빌려왔다. 30년 병원생활을 한 의사가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슬기롭게 죽는 법에 대해 쓴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더욱 더 호스피스 병원을 알아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하지만, 호스피스 병원 찾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코로나 19가 문제였다. 나는 힘들게 천안의료원 가정방문호스피스, 그리고 강릉 갈바리 호스피스 병원을 선정해서 가족들과 이야기를 했다. 나는 강릉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이상한 것은 어머니가 오빠를 강릉까지 오게 하는 것을 반대했다. 지금도 오빠를 그렇게 만나고 싶어 하고, 본인이 간병을 하고 싶어 하는 분이 이해가 안 됐다.

언니야, 엄마가 호스피스를 잘 몰라서 그래. 내 지인 부모님이 갈바리에서 임종을 해서 나도 갈바리가 좋은 건 알아. 그런데 갈바리는 가족 1인이 같이 들어가야 하는데, 누가 그렇게 할 수가 있겠어?”

난 네게 너무 미안해. 부모님도 양양에 보내고, 이제 천안 애들까지 양양에 보내려고 하니 말이야. 그래도 지금은 오빠를 제일 우선으로 생각하고 싶어. 내가 1주나 2, 새언니와 내가 번갈아 들어가는 거지. 나는 어떻게든 오빠를 편하게 해주고 싶어.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

언니 마음은 알겠는데, 아직 오빠도 새언니도 준비가 안됐어. 그들이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야지. 일단, 우리들끼리 여러 가지 방법을 준비는 하자고. 일단 이번에 천안에 가면 새언니와 제대로 이야기를 해야 해. 새언니는 지금 너무 몰라. 사실 지금 언니가 한 일을 새언니가 해야 하는 거야. 오빠도 그렇고 새언니도 너무 답답해.”

이번에 통역하시는 분을 부탁했어. 새언니에게도 말해야지. 나도 새언니 생각하면 화가 나기도 해. 그래도 이번에 내가 결심한 것이 있어. 우리끼리, 힘든 사람끼리, 서로 탓하면서 싸우지 않는 거야. 지금 그래도 새언니가 제일 불쌍해.”

이제 곧 천안에 가서 새언니에게도 오빠에게도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우리의 시간에 대해 알려야 한다. 나도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새언니와 오빠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요즘 계속 흉통을 느낀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몸으로 온 거라고 본다. 지금은 내가 아플 때가 아니다. 오빠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찾자.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주자.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자동입력방지 스팸방지를 위해 위쪽에 보이는 보안코드를 입력해주세요.

먼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주세요.

창닫기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