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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준비(1)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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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병원에서 장례를 준비하라는 말에 따라, 어머니께 조심스럽게 물었다. 코로나 19로 성당에서 장례미사도 할 수 없다.

장례식을 따로 하지 말고, 화장을 바로 하자. 납골당도 넣지 마라, 납골당도 의미 없다.”

어머니, 그래도 새언니와 아이들이 오빠를 찾아 갈 곳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납골당 같은 것도 다 필요 없다. 그냥 화장해서 깨끗하게 정리하자.”

어머니는 화장할 때만 참석을 하시겠다고 한다. 일터에 나간 동생과도 전화를 했다. 동생도 나와 같은 말을 한다. 그래도 아이들이 커서 찾을 수 있는데 우리가 그냥 선택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이지. 청주와 천안의 장례식장과 납골당을 조사했다. 코로나19가 아니라도 우리 부모님은 이미 20년 전에 자식들에게 본인 장례식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장례식 없이 화장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봤다. 오빠의 의견이 정말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나는 병원 원장에게 장례식 문제를 오빠와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물었다. 원장은 장례는 오빠 사후에 가족들이 알아서 하면 된단다. 나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오빠 상담 시간을 이용해, 장례에 대해 논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냥 남은 가족이 알아서 하란다. 당사자인 오빠와 새언니가 빠지고, 장례식을 결정하려고 하니 너무 힘들다. 두 사람과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통이 되더라도 의견을 묻고, 그들이 원하는 데로 다 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장례식 같은 겉치레에 낭비되는 돈을 없애야 한다. 왜냐하면 5살과 8살 조카가 있으니까,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지켜줘야 한다.

오빠는 나보고 면회 올 때, 면도기를 사오란다. 면도기가 없을 리 없는데, 쓰던 면도기가 없냐고 다시 물어봤다. 지금 면도기의 건전지가 없단다. 그럼 건전지만 구입하면 되는 것이지. 환장하겠다. 오빠는 빚을 내어 주식을 할 수 있어도, 이러한 일상생활에 있어 문제가 많았다. 새언니도 마찬가지다. 지금 외국인등록증을 재발급 받아야 한다고 난리다. 지금 것의 기한이 10월이란다. 새언니는 급했다.(나중에 기한이 12월인 걸 알고, 나는 새언니가 왜 서둘렀는지 궁금했다. 오빠가 빨리 죽을 걸 알았나 보다.) 내가 외국인출입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해서, 필요 서류에 대한 문의를 했다. 필요서류를 통역분과 같이 있는 단톡방에 올리고 외국인등록증을 받는데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 와중에 새언니는 애들 노트북 타령을 또 한다. 이 부부로 인해 미치겠다. 내가 어디까지 이들을 챙기며 살아야 하는지 갑갑하다.

나는 시신기증이 생각났다. 다시 어머니께 전화해서 시신기증에 대해 물었다.

오빠가 암인데, 그게 가능한 거니? 나는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구나.”

장기기증이 아니라, 부모님처럼 오빠도 시신기증을 말하는 거예요.” 어머니는 찬성을 하셨다. 내가 시신기증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오빠 병원과 가까운 충북대 병원 해부학실로 문의를 했다. 가능하다고 한다. 오빠 가족을 제외한 우리가족은 모두 오빠의 시신은 충북대 병원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오빠의 의견을 묻지 않고 일을 추진하는 것이 오랫동안 마음에 걸렸다. 부모님은 시신기증, 나도 동생도 장기기증서약을 했는데, 오빠는 알지 못한다. 오빠는 어떤 장례식을 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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