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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글)봉고차로 갈아 타고 싶은 남편, 나는?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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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2019530일부터 캠핑카에서 산다. 코로나19로 더욱 더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모든 인생이 그렇지만 좋은 것이 있으면, 안 좋은 것도 있다. 캠핑카에서 사는 것도 그렇다. 오랜만에 시동생으로 알게 된 알코올중독 센터장이 전화를 했다.

요즘은 어디에 있어? 캠핑 생활은 좋아?”

제주에 있어요.”

아이, 좋겠다. 어때? 낚시해서 직접 회를 해 먹고 했어?”

아니요.”

그럼, 뭐 조개나 그런 거는 잡아서 먹고?”

아니요.”

그래도 바닷가나 풍경 좋은데서 바비큐는 했지?”

아니요, 우린 주차장에 차 세워두고 도서관에 다녀요. 그래도 올레 길은 걸어요.”

재미없이 사네.”

센터장은 혀를 찼다. 센터장의 꿈은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거다. 낚시하고, 조개잡고 풍경 좋은 데서 불멍도 하고 말이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캠핑과 같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다르다. 아니 내 남편은 정말 다르다. 그냥 도서관에서 책 읽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정착생활은 싫어하는 아주 특이한 사람이다. 나는 초등학교만 4곳을 다닐 정도로 이사를 많이 다녔던 사람이다. 나는 유목민을 원한 적이 없다. 나는 안정된 정착생활을 참 오랫동안 꿈꿨던 사람이다. 그러나 인생이 언제 제 마음대로 되던가?

나는 캠핑카 생활에 적응하기까지 1년 정도 걸렸다. 우울증도 경험하고, 사람이 정신 줄을 놓는다는 것과 비슷한 경험해봤다. 이제 이 차에 많이 적응을 하고 좀 살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편이 어제 밤에 잔다고 누운 나에게 이야기를 하자며 말을 꺼낸다.

그냥 암말도 하지 말고 자자.” 나는 대충 남편이 뭘 말하려고 하는지 아는데다가, 잠이 달아나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남편은 정말 잠이 잔 든다. 그러나 나는 아니다. 내가 잠이 올 때 나를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편은 역시나 나를 건드린다.

이 차가 앞으로 계속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나는 우리가 한 달 살이 집을 구하고, 레이나 봉고차를 타고 다녔으면 좋겠어. 우리 짐이 많이 없지만, 그래도 봉고차가 낫겠어. 어쩌다 스텔스 모드로 둘이 잘 수 도 있고 말이지.”

, 미치겠다. 이 차를 정리하고 봉고차로 바꾸자고? 또 계속 떠돌아 다녀? 뭐 스텔스 모드?’

나는 처음에 캠핑카를 사는 것을 반대했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봉고차로 시작해보자고 한 사람은 나다. 지금은 이 차를 처분하고 또 다른 차로 갈아타는 것에 반대한다고, 이미 오래 동안 이야기를 했다. 잠은 달아나고, 나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내 의견이 듣고 싶다고? 이미 내 의견은 말했잖아? 내 생각은 오빠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잖아. 그냥 오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 살면서 내가 당신은 당신 맘대로 다 하고 산다고 구박하는 말은 가만히 들어주고 말이야?” 남편은 내 의견을 존중하기 위해 대화를 하자고 한다. 난 내 의견이 존중되지 못한 것을 이미 경험한 사람이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란 걸 안다. 남편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것이다. 남편은 내게 물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뭐냐고 말이다. 나는 화가 나 소리를 질렀다. 나는 처음부터 캠핑카를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고, 당신과 나는 선택하는 순서가 바꿨다고 말이다. 나는 한 달 살이나 호텔을 돌면서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점차적으로 캠핑카로 바꿔보자고 했다. 이제 남편은 내가 말한 순서를 역행하자고 한다. 지금 남편은 자신의 선택은 옳았고, 내가 맞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상황에 따라 다른 선택할 수 있다는 걸 안다. 다만, 화가 난다. 이 캠핑카에 이제 겨우 적응됐는데, 또 다른 변화를 만나는 것이 싫다. 또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고, 캠핑카를 팔려고 들 남편 성격을 안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삶을 찾을 수 없는 이 현실에 화가 났다.

남편에게 빽 소리를 질렀고, 남편은 내가 소리 지른 것을 참지 못하고 일어났다. 나는 더 이상 이 차에서 남편과 둘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성산 교회 옆 주차장, 나는 일출봉과 우도봉 쪽 밤하늘을 쳐다봤다. 구름이 많다. 별은 볼 수 없고, 내 마음처럼 어둠기만 한 밤하늘이다. 다시 차에 갔다. 나는 자리에 누웠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역시나 남편은 내 마음만 어지럽게 하고 바로 잠들었다. 이번에는 내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말이다. 둘 다 늦잠을 잤다. 내가 남편 이마에 뽀뽀를 하며 말했다.

오빠, 오늘은 서로에 대한 비꼬는 말을 하지 말고 좋은 말만 해요.” 우리는 웃으면서 서로에게 좋은 말들을 해줬다. 도서관에서 나는 어제 밤, 남편의 말에 속상했던 내 마음을 살펴본다. ‘왜 그렇게 속상했니?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게,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기 전, 네 마음을 살펴봐라.’ 나는 내 마음을 본다. ‘남편과 둘이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시간이 정말 좋아. 하지만, 나는 내 식탁과 나만의 책상을 갖고 싶다. 그리고 작은 허브와 푸성귀를 키울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 내 식탁에 한 번씩 친구를 초대하고, 소박하지만 즐거운 식사를 같이 하고 싶어나는 나를 토닥토닥 달래 준다. 10년 정도 기다리면 되겠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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