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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글)안건모 대표님 사랑해요. ㅋㅋ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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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못하는 걸 당신은 하고 있어. 그래서 난 당신이 좋아.” 202116일 성산일출도서관 컴퓨터실에서 나의 2008년산 노트북을 켜고 제일 먼저 적은 글이다. 노트북 워드가 아주 느리게 활성화되는 걸 기다리다 빠르게 적었다. 어제가 작은책 안건모 대표의 생일이었다. 그는 생일에 김진숙 복직투쟁 걷기에 참여했다. 나는 그가 하는 것 없이 나이만 먹었다고 한탄하는 페북을 봤다. 그래서 나는 안건모 대표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었다.

안건모 대표는 나의 영웅이었다. 한겨레에 글을 쓰는 버스기사라니!

내 아버지는 칠순까지 택시운전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택시기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보다 나쁜 이미지가 많다. 인정한다. 나도 택시를 타고 위험한 순간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사실, 우리는 택시기사와 버스기사를 천대했다. 1995년 대학에서 교양중국어 수업을 받은 동생이 내게 편지를 썼다. 중국에서 택시를 타고 나누는 실용회화를 가르쳤던 강사가 웃으며 말했단다.

이렇게 친절한 택시기사는 현실에선 없지요. 회화교재에나 있지요.”

동생은 1992년 내 고3 담임선생이 학생들 앞에 내 뱉은 말을 상기시켰다.

너희들 공부하지 않으면 택시기사 마누라밖에 못 한다.”

그때 언니가 받은 상처를 이해하겠다고 적었다. 동생은 중국어 수업에서 강사의 택시기사에 대한 평가를 고스란히 아버지에 대해 폄하로 들었던 거다.

나는 나의 오래된 고3 담임에게 늦은 편지를 보냈다. 당신이 그 말을 할 때, 당신 반의 한 학생은 택시기사 마누라의 딸이었다. 그 학생은 당시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제대로 변호하지 않고 침묵을 지켜야 했던 그 시간이 너무 부끄럽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그 학생은 고등학교 교사인 당신보다, 학생이 만난 어떤 대학교수보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나온 자신의 아버지를 더 존경한다고 했다. 담임은 답장을 보냈다. 자신의 말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만약 했다면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담임의 사과를 받고 싶어 편지를 쓴 것이 아니었다. 늦었지만, 내 부모에 대한 변호를 하고 싶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는 말은 사실, 그 귀천에 대한 사람의 편견이 존재함을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들이 직업의 귀천에 대한 편견을 하니까 그런 말이 생겨난 거지. 그냥 생긴 말은 아니라고 본다. 사족을 붙이면 부모나 어른에 대한 공경도 자연의 법칙은 아니다. 오랜 시간 엄청나게 사회화 훈련으로 만들어 진거다. 나는 천자문을 보고 깨달았다. , 다시 정신 차리고 안건모 대표에게 돌아가자.

나는 글을 잘 쓰는 버스기사 안건모가 있어 정말 좋았다. 내 아버지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버스 운전을 하며 경험한 일들을 잘 적었다. 나는 그가 계속 버스 일을 하면서 글을 쓰길 원했다. 나중에 내가 좋아하는 책 작은책의 대표로 변신한 안건모도 정말 좋았다. 그래서 내 결혼식 주례를 부탁했다. 우리 부모님도 결혼 주례에 대해 대 만족을 하셨다. 나는 생일 축하 문자도, 생일 선물도 하지 않고 나의 주례선생님의 64회 생일 하루를 보냈다. 앞으로도 생일을 챙길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내가 못하는 것을 하고 있어서만이 당신을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이렇게 살아 있는 걸로 좋아합니다. 존재한다는 걸로 좋아합니다. 일을 더 하시려고 하시 마셔요. 일은 다른 이쁜(?) 사람들에게 내려놓고 선생님의 글을 더 적었으면 좋겠어요. 한번은 선생님이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지요? 저는 그 나오지 않은 소설을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답니다. 선생님, 하고 싶은 것을 막하고 사셔도 됩니다. 저는 선생님이 막 사시면 좋겠어요. 인생 뭐 있나요? 막 사실 시간도 어떻게 보면 얼마 남지 않았어요. 큭큭

김진숙 님의 건강도 그리고 안건모 대표님의 건강도 우리 모두의 건강과 안정을 기원하지만, 생각보다 녹록하지 않은 현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희망을 놓지 않고, 웃으며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부터 정말 매서운 한파가 시작되는데 길을 걷고 또 노숙투쟁을 하시는 모든 분들이 걱정됩니다. 누구도 나에게 이렇게 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내 선택, 내 삶의 선택에 책임지고 사시는 모든 분들을 존경합니다. 그 중 한 사람 안건모 대표님, 꼭 찍어서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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