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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과 박성민 - 청년을 모르는 청년정치인에 대한 반감

백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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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청와대에서 청년비서관으로 박성민을 영입했다. 누가 봐도 이는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 열풍에 대응하는 조치로 보였다. 그러나 청년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못해 비판적이였다. 청와대로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는 일이였을 것이다.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청년비서관을 만들었는데, 이런 반발은 무엇인가 했을 것이다. 젊은 보수의 당대표 당선은 환영받고, 청와대의 청년비서관 영입은 반발하는 이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면,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정치를 하기란 매우 힘들 것이다.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준석의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이준석 당대표가 ‘젋어서’, ‘남자여서’, ‘보수적이어서’ 바람이 일었었다면, 이미 5년 전에 바람이 불었어야 했다. 이준석 현상은 4.7 보궐 선거 과정에서 2030 유권자들에게 직접 ‘마이크’를 건네준 일로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잘났으니 나를 따라와라’ 식도 아니고, ‘저 사람을 청년의 대표자로 세우겠다’는 작전도 아니었다. 이준석의 성공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는 청년들의 언어를 가져오고, 거리 유세차에 2030들을 태운 것이 핵심이다. 대중을 정치에 참여시키고, 대중들로부터 바람을 일으켰기에 성공했던 것이다. 

이런 점을 이해한다면 청와대의 박성민 청년비서관 임명이 오히려 2030들에게서 조롱거리가 되었던 것은 당연하다. 박성민 비서관이 여자인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가 ‘청년의 대변자’로서 보여준 모습도 없었고, 동세대 2030 남녀들과 손잡고 함께 무엇인가를 만들어낸 성과가 없는데, 왜 청와대 같은 중앙정치의 최고봉에 ‘청년’을 대표하며 앉아야 하는가라고 물었던 것이다. 오늘날 2030들이 말하는 ‘공정’에는 “우리 모두 열심히 산다. 누군가가 인정을 받는다면, 그 노력에 대한 결과로써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다”라는 마음이 깔려 있다. 

혹자들은 2030들이 이준석을 지지했던 것에 대해 진보 진영 586세대들의 ‘내로남불’과 ‘꼰대 정치’ 탓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윗세대의 문제만이 아니다. 아무리 청년 정치인을 내세워도, 오늘날의 청년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정치는 실패한다. 

예를 들어 진보정당의 대표주자인 정의당의 경우 국회의원 1/3이 청년이고 청년정의당까지 창당했지만, 청년들의 열광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대표적이다. 청년 ‘정치인’만으로는 청년 정치가 불가능하다. 청년 ‘대중’이 없는 청년 정치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이준석 현상의 핵심이었다. 

오늘날의 청년들은 누구나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교육받아 왔으나, 불평등과 극심한 경쟁 속에서 열등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어 있다. 그런 세대인 만큼 변화에 대한 갈망도 크고, 정치에 대한 관심도 높다. 중앙 정치는 ‘똑똑한 사람들이 알아서 잘하고, 나는 내 일상을 열심히 살면 된다’가 이미 불가능한 세대로서는 변화에 대한 욕망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문제는 이 욕망을 어떻게 대변하느냐이다. 단지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는 그들의 ‘표’를 얻을 수 없다. 진보라면서 사람들이 잘못 사용하는 단어나 지적하는 엘리트 ‘청년’ 정치, 윗세대들이 보기에 좋아 보이는 이들을 픽업하는 ‘청년’ 정치로, 이들의 마음을 과연 돌려세울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진보 정치는 특권층을 대변하는 보수 정치를 약화시키고, 그 공간을 개혁 세력의 다양한 정치 연대로 채울 수 있게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앞으로 진보정치는 흩어지고 뒤돌아선 대중들을 묶어낼 수 있는 혁신을 해내야 한다. “대중이 곧 정치의 주인이다”라는 대중정치 혁신이 그것이다. 본인은 그 혁신의 바람을 특히 청년들과 함께 일으키고 싶다. 미우나 고우나 정치인은 대중에게서 소망을 품어야 한다.

상주의 소리(영세언론)에 기고한 '이준석과 박성민' :  http://www.sangjusori.co.kr/board_pueP82/16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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