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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글쓰기모임 뒷이야기

월간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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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글쓰기모임 뒷이야기

 

일시 : 2024년 1월 27일(토) 오후 4시

장소 : 휴서울이동노동자 합정쉼터

참석자(총 9명) : 장석림 강주원 김서영 엄익복 심영수 최문섭 신영옥 유이분 정인열

 

■ 모임에서 나온 글

 

총 4편이고 각 글의 일부분을 올립니다.

 

<너에게 김밥을 보낸다>_ 최문섭

 라면이나 빵의 유통기한은 날짜만 표시되지만 김밥은 시간까지 찍혀있다. 정해진 시간까지 판매가 안 되면 POS에서 폐기상품으로 등록한다. 폐기 등록한 김밥은 편의점 알바의 식사로 제공된다. 냉장고에 있던 김밥이 유통기한이 지나자마자 상하는 건 아니다.

 점주는 폐기되는 김밥을 줄이기 위해 발주량을 조절해보지만 판매량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한 번은 폐기시간이 거의 임박해서 당연히 나의 한 끼 식사가 될 거라 기대했던 김밥이 한순간에 팔려나갔다. 그런 허무한 일을 겪은 후에는 유통기한 2시간 전까지 안 팔린 김밥을 매대의 구석에 숨겨놨다가 폐기시간이 되면 가져다 먹었다.

 

<남편 데쓰노트>_ 엄익복

몇 년 전 어느 날,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아내의 낡은 노트를 무심코 펼쳐보았다가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거기에는 나에 대한 험담과 욕설이 여러 장에 걸쳐 빼곡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내용도 다양해서 가사노동과 육아에 대한 불평불만부터 돈벌이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 성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까지 신랄한 비판이 아주 거친 글씨로 휘갈겨 적혀 있었다.

 

<파업>_ 강주원

내가 몸담은 회사에 노동조합이 꾸려진 지는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짧은 기간에 노동조합이 이루어낸 것은 정말 많았다. 원할 때면 자유롭게 연차를 쓸 수 있게 되었고, 식사시간 1시간 외에도 휴식할 수 있는 30분이 생겼고, 불합리한 실적 항목을 고치고, 급여가 올랐고, 그동안 한 번도 받지 못했던 1년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 달콤한 열매를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나까지도 한껏 누렸다.

그런데 사무실이 텅 비었다.

파업을 할 거라는 사실은 알았다. 내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곳에서 파업은 늘 있었는데, 정작 내가 마주한 파업은 너무나도 낯설었다. 때가 되어도 채워지지 않을 자리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하지 못한 말들이 차례도 없고 예의도 없이 목구멍으로 밀어닥쳤다.

 

<북한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_ 신영옥

보통 한국식당의 음식이 조미료가 들어간 달고 짜고 강한 맛이 나는데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 배추김치도 깔끔하고 시원하니 맛있어서 한 접시를 다 먹었다. 접대원에게 김치를 더 달라고 했더니 추가 주문을 하면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고 했다. 베트남에서 반찬이 떨어져서 더 달라고 했을 때 돈을 더 내야 한다고 했던 기억이 났다. 공연을 하는 식당이어서 공연 값이 음식에 포함된 모양인지 김치 한 접시에 6천 원이었다. 그런데 김치 맛이 워낙 맛있어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조금 후 김치가 왔는데 돈 계산이 헷갈릴 수 있으니 현찰로 바로 내야 한다고 했다. 글자 그대로 현찰박치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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