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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이야기] 그래, 우리 아들 퀴어(1)

월간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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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MTF, 즉 트랜스젠더이다. 쉽게 말해, 하리수를 떠올리면 된다. 아들이 커밍아웃을 한 것은 내가 말기 암 선고를 받고 1년쯤 투병 중이던 때였다.

“엄마, 나 딸이에요. 이제 어쩔 수 없어요.”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순간 멍해지며 깊은 충격에 빠졌다.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 아이가 어릴 적 굉장히 여성적이었던 취향들, 남자답지 않은 행동거지들, 군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의가사 제대를 했던 모습들이 마치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며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그런 거였구나.’ 이유는 알았지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것은 내가 가진 신앙, 구원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기독교적 관점으로, 성경에서는 분명 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는 빨리 이 아이를 되돌려야 한다는 생각에 급해졌다. 목사님 세 분과 아이와 나 이렇게 면담을 했고, 심리 치료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예약했다.

‘어떻게 시한부 암 투병 중인 엄마에게 이럴 수 있나. 불효막심하고 이기적인 놈...’ 계속해서 아이와 충돌했고 새벽에 1시간 넘게 하느님께 기도했다. 제발 다시 돌아오게 해 달라고...

이후 아이는 정신이 나간 듯 보였고 두 번 자살을 시도했다. 심장이 터져 버릴 듯 고통스런 나날이었다. 매일 아이에게 카톡으로 성경 구절들을 보내고, 때로는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고 내뱉으며 무자비하게 상처를 주고받았다.

이런 시간이 1년 가까이 지났을 무렵 우연히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거리의 만찬’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나와 입장이 같은 성소수자 부모들이 진심 어린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었다. 공감이 되어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인터넷을 검색했고 ‘성소수자 부모 모임’을 알게 되었다.

목사님께서 그런 모임에 가면 나쁘게 세뇌된다며 만류했지만 난 가야만 했다. 난 절대 세뇌당하지 않으리라 확신하며 모임에 나갔다. 거기에서 거침없이 독설을 쏟아 내고 그 아이들과 내 아이를 정죄했다. 다른 부모와 성소수자 당사자의 이야기는 귓등으로 들었다.



출처: https://sbook.tistory.com/category/월간 <작은책>/살아가는 이야기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 - 진보월간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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