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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특별한 점’이 바로 ‘당신’입니다

월간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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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가요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_ 《너의 특별한 점》

 

당신의 특별한 점이 바로 당신입니다

유동걸/ 영동일고 국어 교사, 《토론의 전사》, 《질문이 있는 교실》 저자

 

 

올해 2021년은 한국의 대시인 김수영 탄생 100년이 되는 해다.

4.19 혁명의 아픔과 한계를 노래한 <푸른 하늘을>을 비롯하여 <폭포>,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거대한 뿌리><사랑의 변주곡> 그리고 한국인이 애송해 마지않는 최후작 <>까지, 김수영의 시적 정신은 시대와 세대를 아우른다.

김수영, 그의 시혼을 두 단어로 일컬어 많은 비평가들은 자유양심이라고 단언한다. 동감한다. 하지만 거기에 하나를 덧붙인다면 고유성, 쉬운 말로 나만이 지닌 특별한 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김수영, 그는 누구와도 같은 삶을 살려 하지 않았다.

 

 《너의 특별한 점》(이달 글/ 이고은 그림/ 김성미 꾸밈/ 달달BOOKS/ 2021)

 

정말 속임 없는 눈으로

지금 팽이가 도는 것을 본다

그러면 팽이가 까맣게 변하여 서서 있는 것이다

(중략)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김수영, <달나라의 장난>에서

 

주인집을 방문했을 때 팽이가 도는 것을 보면서 김수영은 팽이가 마치 하나의 점처럼 까맣게 변해 서서 도는 것을 본다. 자아를 초월한 초현실의 세계 속에서 공통된 그 무엇이 아닌 스스로 도는 힘의 위대함을 느낀다.

요즘 교육 현장에서는 그림책이 대세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동료 교사들과의 관계와 대화를 통해 간혹 그림책을 만나는데, 이달 작가의 《너의 특별한 점》이라는 책에서 김수영의 시적 정신과 긴장감을 느꼈다. ‘공통된 그 무엇이 아닌 스스로 도는 힘의 가치와 의미. 그것도 다름 아닌 점, 우리 몸에 까맣게 자리 잡아 자라고 변하는 하나를 통해서 고유성과 자유를 일깨운다.

우주가 하나의 점에서 시작했다는 놀라운 인식으로 출발한 이 책은 세상 만물이 점과 점의 연결로 이루어짐은 물론 지구상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이 점과 점의 만남으로 형성됨을 알려 준다.

더 중요한 것은 점과 점의 만남으로 귀여운 아기와 같은 새로운 생명들이 탄생하고 그들이 날숨과 들숨으로 호흡을 시작하면서 응아라는 울음으로 자기의 고유한 존재를 알린다는 점이다. 나아가 모든 아기들은 자기 몸에 크고, 작고, 삐딱하고, 둥글고, 푸르거나 붉거나 외롭거나 어우러지는 무수한 특별한 점들을 안고 살아간다는 점이다.

점은 왜 특별하고 의미가 있을까? 바로 점 속에 꿈씨가 살기 때문이다. 그 꿈씨는 조잘조잘 수다쟁이로 기나긴 지구의 역사와 함께하면서 때로는 E=mc2이라는 법칙을 찾아내기도 하고 혹은 사과나무 아래서 사과가 떨어지는 법칙을 발견하기도 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꿈을 잃었고 꿈의 씨앗을 잃었다. 나만이 가진 개성을 살려 예술가도 될 수 있고 작가도, 감독도, 당나귀도, 천사도 될 수 있다는 꿈을 잃어버렸다. 누구나 팽이를 돌리며 달나라의 장난을 꿈꾸고 우주를 뛰노는 장난꾸러기가 되는 꿈과 멀어져 왔다. 그런 꿈씨들이 숨어 있고 자라나는 점을 부끄러운 듯, 민망한 듯 감추고 숨기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달 작가의 《너의 특별한 점》은 아직 우리에게 나만의 꿈씨들이 꿈틀꿈틀 살아 움직인다는 걸 느끼게 해 준다. 그 꿈씨들이 자라는 내 몸의 토양, 까맣고 독특한 점들이 내 영혼과 꿈의 고향이라고 넌지시 일러 준다. ‘공통된 그 무엇이 아닌 스스로 도는 힘이 내 안에 흐른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안에는 몇 개의 점이 있을지 찾아보고 싶어졌다. 교사로서 특별한 점, 아버지로서 특별한 점, 핑퐁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특별한 점, 연인으로서의 특별한 점, 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특별한 점 등등 나는 자체로 특별하며 나의 특별한 점들이 서로서로 연결되어 나라는 하나의 소우주를 이룬다는 사실도 새로이 깨달았다.

책을 덮고 눈을 감은 채 고요히 내 심장에 새로운 점 하나를 심어 본다. 반백 년 이상을 살아온 내 인생에 새로운 꿈씨를 키운다면 그 꿈은 푸른색일까? 아인슈타인보다 괴팍할까? 김수영보다 고유할까? 여튼, 별별 상상을 새롭게 키워 준다는 점이 《너의 특별한 점》의 진짜, 특별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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