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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가 불법인 나라에서  _타투이스트 김도윤

월간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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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 작은 만남 

 

타투가 불법인 나라에서 _타투이스트 김도윤

 

글_ 하명희  |  사진_ 김로마

 

 

전 세계 타투이스트들의 공동 행동

 

지난 8월 1일, 인스타그램에는 헌재를 비판하는 세계인의 공동 행동이 줄을 이었다. 7월 21일 김도윤(도이) 씨가 제기한 헌법소원(2022헌바3)에 대한 합헌 판결 때문이었다. 김도윤 씨와 타투유니온은 전 세계인의 관심과 도움을 요청하는 게시글을 7월 30일에 일제히 올렸다. 인스타그램은 전 세계 타투이스트들과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플랫폼이다. 이날 하루 공동 행동 게시글은 셀 수 없이 올라왔고, 타투유니온 태그가 걸린 포스팅만 해도 1천 개가 넘었다. 이는 헌재의 판결을 지탄하는 전 세계 타투이스트들의 공동 행동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김도윤 씨가 제기한 ‘헌법소원 현바’는 무엇이고, 이에 대한 헌재의 판결은 무엇이며, 전 세계 타투이스트들은 왜 이런 판결을 내린 헌법재판관들을 사족보행을 하는 유인원에 빗대 조롱했을까. 우선 헌법소원 현바에 대해서 물었다.

김도윤 씨와 타투유니온은 전 세계인의 관심과 도움을 요청하는 게시글을 7월 30일에 일제히 올렸다. 사진 제공_ 타투유니온

 

“헌법소원을 설명하다 보면 현타가 와요. ‘헌가가 실패해서 헌마와 헌바로 나갔습니다.’ 그러면 법조팀 기자들도 묻더라고요. 헌가는 뭐고, 헌마는 뭐며, 헌바는 뭐냐? 기사를 쓰다가도 전화가 와요. 사실 저도 몰랐죠. 타투만 하던 사람이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미리 기사를 봤지만 나도 알 수가 없어서 헌가와 헌바는 뭐냐고 물었다.

 

타투이스트 김도윤과 하명희 작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저도 이 일을 하다 보니 알게 되었어요. 재판 중에 타투를 무면허 의료 행위로 보는 의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청구를 했어요. 판사가 그걸 받아들이면 헌법소원 중에 헌가 헌법소원이 시작되는 거예요.”

 

“헌법소원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헌가일까요?”

 

“그게 아니라, 그 뒤로 이어질 무수한 헌법소원의 시작이라 가나다순으로 해서 ‘헌가’더라고요. 헌가는 판사만 신청할 수 있는 헌법소원이고, 헌마는 그 직업을 시작한 지 1년 미만인 사람들이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직업 선택의 자유라든지 행복 추구권과 같은 기본권을 침해당했을 때 낼 수 있는 게 헌마 헌법소원이고, 사건이 걸려서 재판 중인 저 같은 사람이 저 헌법 조항 때문에 혹은 판례나 어떤 법률 조항 때문에 내 기본권이 침해받았다 싶을 때 내는 게 헌바예요.”

 

 

김도윤 씨는 헌가를 시도했다가 판사가 안 받아들여서 타투유니온 조합원 중에 타투 직업을 가진 지 1년 미만인 8명을 모아서 헌마 헌법소원을 냈으나, 올해 3월 31일 합헌 판결로 또 졌다.

 

 

파인 타투, 새로운 장르를 열다

 

그는 이 일을 하며 법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자랑스러운 게 아니라 자신은 그림 그리는 사람인데 왜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는지 속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작업한 도안들을 보여 주었다. 가는 선으로 섬세하게 그리는 파인 타투(Fine Tatto)는 처음에는 ‘감성 타투’로 불리다가 해외에서 유명해지면서는 ‘코리안 타투’로 불렸다. 파인 타투라는 장르가 만들어지게 된 과정을 물었다. 

 

“처음에는 타투가 위협적이고 센 맛이 있어야지 귀여운 것, 작은 걸 표현한다고 우리 셋(도이, 그라피트, 뮤즈)은 굉장히 무시당하는 작업자였어요.”

 

그러다 국제 타투 컨벤션 중 아시아에서 제일 큰 베이징 컨벤션에 심사위원으로 초대받으면서 그는 조건을 걸었다.

 

“‘감성 타투’라는 말을 안 쓰면 가겠다고 했어요. 그 다음은 장르를 정해야 하잖아요. 우리는 기존 장르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바늘과 재료로 그림 그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으니 순수 미술(Fine Art)이라는 의미로 ‘파인 타투’라고 부르자, 그렇게 된 거예요.”

 

파인 타투는 다양한 색상과 기존 타투에서는 표현하기 힘들었던 디테일한 묘사가 특징이라 해외에서 더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해외 유명 연예인들, 브래드 피트나 스티븐 연, 릴리 콜린스 등이 그에게 타투를 받기도 했다. 그가 보여 준 사진 중에 다른 손가락보다 짧은 손가락에 손톱을 그린 타투가 눈에 띄었다. 

 

“공장 노동자인데 손가락이 잘린 분이었어요. 여기 손톱이 없어서 손톱을 그려 드렸어요.”

 

타투를 하러 오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 자신의 몸에 반려동물을 새기기도 하고, 사고로 잃은 손가락을, 유방암으로 도려낸 가슴을 타투를 통해 되찾기도 한다. 그의 작업은 바늘에 잉크를 넣어 피부에 새기는 기술이라기보다는 애도와 치유의 예술로 보였다. 그의 도안과 사진을 보며 어떻게 이렇게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타투이스트 김도윤이 작업한 타투 작품 모음. 사진 제공_ 김도윤

 

“제가 노동조합에서 지회장 일을 하면서 외부에 타투에 대해 알리는 일을 하다 보니까 제가 잘했던 것들을 자꾸 보여 줄 수밖에 없는데요. 타투라는 게 예술 분야라고 저는 주장하니까, 이건 서열이 있을 수도 없고, 누가 누구보다 나은 것이 있을 수 없어요. 대한민국에서 저만큼 하는 타투이스트들은 정말 많아요.” 

 

그는 따뜻하면서도 섬세한 작업을 하듯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사람이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후 IPTV 디자이너, 게임회사 오너를 거친 그가 경력 17년 차의 타투이스트가 된 계기가 궁금했다. 그는 어머니의 자식이자 두 딸의 아버지, 사랑하는 아내의 남편으로서 자신의 직업에 대해 말했다.

 

“타투를 시작하며 제가 세운 원칙은 어머니가 봐도 부끄럽지 않게 일을 하겠다는 거였어요. 아내를 설득할 때도 그랬어요. 아내가 목사거든요. 지금은 타투이스트를 위해 기도하는 가장 든든한 사람이 옆에 있으니 뭘 해도 당당하죠.”

 

  

김도윤 작업실 풍경. 아플 때 안고 있으면 위안이 되는 인형들과 녹음 짙은 나무들 사이에 작업 침대가 있다.

 

종이와 달리 피부에 새기는 타투의 매력은 똑같은 작업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피부색과 부위, 상태, 움직임에 따라 발색이 다르게 변하기도 하지만 의뢰인과 이야기하며 도안이 바뀌는 것도 타투만의 특징이다. 타투는 의뢰인이 표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특별한 사연이 있는지를 이야기하며 도안에 변화를 주고, 새기고 싶은 부위를 정하는 레이어링 과정을 거친 후 피부에 밑그림을 그리는 전사(轉寫) 작업을 하며, 피부에 그림을 그리는 회화이면서 피부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행위예술이기도 하다. 

 

 

타투가 의료 행위인 이상한 나라가 있대

 

김도윤 씨는 2019년 12월 초 머신, 문신용 바늘, 잉크, 소독용 에탄올 등의 설비를 갖춘 자신이 운영하는 잉크드월에서 고객인 연예인에게 타투를 했다는 이유로 제3자의 신고로 무면허 의료 행위 혐의로 기소되었고,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김도윤 씨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의료인이 아닌 사람의 문신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한 의료법의 헌법 위반 여부를 다투는 긴 싸움에 나섰다.

 

민변, 타투공대위, 화섬식품노조(타투유니온지회)가 2021년 9월 13일 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타투이스트 인권침해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를 요청하는 진정 및 긴급구제신청서와 면담신청서를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 제공_ 타투공대위

 

첫 공판(2021. 5. 28.)에서 김도윤 씨는 시술한 건 맞지만 타투를 의료 행위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법정에서 김도윤 씨는 국제 위생 규정 이상의 위생 상태를 지켰고, 정해진 규정이 없는 한국 사회에 더 나은 규정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1992년도 대법원 판례로 인해 한국에서는 어느 누구도 합법적으로 타투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이 재판은 20만 명의 한국 타투이스트들이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되찾는 재판이며, 타투를 한 1300만 명 국민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를 되찾게 되는 재판임을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료인 외에는 의료 행위를 할 수 없음에도 문신 시술을 함으로써… 판례를 볼 때 의료법 위반이 인정”된다는 같은 말만 반복했다.

 

피켓을 들고 있는 왼쪽부터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김유승 타투유니온지회 보건복지부장, 조정 및 긴급구제신청서를 들고 있는 김도윤 지회장(오른쪽). 사진 제공_ 타투공대위

 

이를 계기로 김도윤 씨는 타투를 무면허 의료 행위로 보는 의료법 관련 내용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다. 타투를 의료 행위로 규정해 불법으로 규정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고, 예술을 하는 타투이스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이자 법원이 이제는 제대로 고민을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2021년 6월에는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여의도 국회 본관 앞 잔디밭에서 등에 타투이스트 밤(baam)의 꽃 문양 타투 스티커를 붙이고 퍼포먼스를 하면서 이슈가 되었다. 이날은 류 의원이 대표 발의한 ‘타투업 법안’의 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 법안에는 심상정, 장혜영, 강은미 등 정의당 의원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전용기 의원,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도 참여했다. 특히 2011년 눈썹 문신으로 화제가 되었던 홍준표 의원도 발의에 동참했다.

 

2021년 9월 10일에는 타투 시술에 대한 ‘불법’ 규정이 타투이스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고 국제노동기구(ILO)에도 제소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김도윤 씨는 입법·사법·행정부는 1992년 타투 불법화 이후 수년째 관련 업무를 진행하지 않아 타투이스트의 직업에 대한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며 이는 직업 수행의 자유, 예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타투 불법화는 타투이스트 직업에 대한 불공정한 차별이자 국회가 비준한 ILO 협약 제111호 ‘고용 및 직업성의 차별에 관한 협약’ 위반 사항임을 알렸다.

 

김도윤 타투 작업 모습. 사진 제공_ 김도윤

 

정식 재판을 신청한 이후 2021년 12월 10일 1심에서 김도윤 씨는 또다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도윤 씨가 타투 시술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헌행 법률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제기한 위헌법률심판도 기각했다. 선고 이후 차분하고 행복하게 싸워 나갈 거라고 말한 김도윤 씨의 대법원 판례를 뒤집기 위한 싸움은 올해도 계속 이어졌다.

 

2022년 3월 31일 헌법재판소는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문신 시술을 할 경우 처벌하는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합헌 판결을 내렸다. 타투유니온과 대한문신사중앙회는 2017년, 2019년, 2020년, 2021년 총 6차례에 걸쳐 의료법 제27조 1항과 보건범죄단속법 제5조 1호는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날은 이 가운데 4건을 병합해 선고한 것이고, 첫 헌법소원 청구 이후 5년 만에 나온 판결이었다.

 

그리고 7월 21일 김도윤 씨가 제기한 헌법소원(2022헌바3)도 합헌 판결이 나면서 김도윤 씨와 타투유니온은 이 판례가 이후 판결에 인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 세계인의 관심과 도움을 요청하는 게시글을 올린 것이다. 

 

“이제는 헌법재판소랑은 크게 할 일이 없을 것 같아요. 헌법재판관들은 조악하다 못해 정말 문화적 소양이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판결문을 냈어요. 3월과 7월 두 건에서 변화도 없고 고민도 없었어요. 저희는 타투가 의료 영역이라는 사실이 잘못된 거라고 질문을 한 거잖아요. 그런데 판결문을 보면 여전히 타투는 의료라는 걸 전제로 깔고 판결문을 썼어요. 이 사람들한테 문화까지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게 합당한지에 대해서 정말 고민이 되더라고요.”

 

김도윤 씨와 타투유니온은 이번 헌재 판결 이전의 수차례 재판에서 재판부의 입장을 존중하고 기대를 표하며 상식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러나 7월 21일 헌재 판결은 변화된 현실과 법의 괴리 사이에서 재판관들이 성찰할 역할과 필요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판결이었다. 김도윤 씨는 “이번에는 헌법재판관들이 가진 문화 수준에 맞는 언어로 답을 해 주기 위해 성숙함을 내려놓고, 이 판결이 세계인에게 어떻게 조롱당할 수 있는 판결인지를 알려 주려고 했다”고 공동 행동을 기획한 의도를 설명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는지 물었다. 그는 처음에는 게시글을 다 저장하고 숫자를 세다가 나중에는 도저히 셀 수 없어서 포기했다고 했다.

 

 

이날 하루 공동 행동 게시글은 셀 수 없이 올라왔고, 타투유니온 태그가 걸린 포스팅만 해도 1천 개가 넘었다. 사진 제공_ 타투유니온

 

“팔로우가 막 100만, 몇십 만씩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타투 아티스트들이 거의 다 올렸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이걸 전 세계인 몇 명이 봤을까 그러면 억은 넘어갈 거예요. 한국에 있는 유명한 타투 작업자들이 올린 것만 해도 뷰 수가 억이 넘어가요. 이날 하루 동안 전 세계 수억 명이 ‘타투가 의료 행위라고 말하는 그런 이상한 나라가 있대.’ 그러면서 대화를 한 거죠.”

 

 

타투유니온, 스스로 감염 지침서를 만들다

 

대한민국 법에 ‘타투는 불법이다’라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1992년 ‘타투는 의료 행위다’라는 대법원 판결이 30년 동안 법 해석의 기준이었고, 의료인이 아닌 타투이스트를 투명 직업인으로 만들었으며, 불법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새로운 직업군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직업의 자유를 빼앗긴 셈이다. 당시 대법원 판결은 속눈썹 문신 등을 의료 행위로 판단한 일본 판례를 따른 것이었다. 이후 타투 작업을 의료 행위로 보고 의사만 타투할 수 있도록 판단한 이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사법부에서는 관련 혐의에 대해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 9월 16일 일본 대법원 격인 최고재판소는 ‘문신은 의료 행위가 아니다’라고 결정하며 이를 뒤집었다. 일본이 이런 판결을 내림으로써 지구상에 타투가 불법인 나라는 이제 한국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해외에서 타투는 합법일 뿐 아니라 타투이스트도 정식 직업인이다. 타투이스트들은 의료와 관련한 교육을 받고,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기관에서 위생 감염 관리 감독을 받는다. 타투유니온은 2020년 6월 민변과 함께 ‘타투할 자유와 권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설립하고 타투 합법화 운동을 시작했다. 그해 11월에는 녹색병원과 함께 《타투이스트 감염 관리》 지침서를 만들었다. 이는 지금껏 만들어진 해외 가이드라인보다 높은 수준의 감염 관리 책자로 알려져 있다.

 

녹색병원과 타투유니온은 타투 작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안전환 환경을 만들기 위해 2020년 11월 〈타투이스트 감염관리〉, 〈타투 스튜디오를 위한 위생 가이드〉를 서울노동권익센터의 비용지원을 받아 발간했다. 사진 제공_ 타투유니온

 

국내 타투이스트들은 세계 대회를 석권하고 주요 도시 타투 숍의 대표 작업자로 스카우트되고 있다. 해외 스타들의 요청으로 타투 시술 투어를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국내 타투이스트에게 타투를 받기 위해 한국으로 오는 ‘타투 투어’도 생겼다. 한국의 타투이스트들은 외국에 나갈 때 예술인 비자를 받고 정식으로 고용돼 일을 한다. 국경만 넘을 뿐인데 불법과 합법을 오가는 것이다.

 

 

불법 노동자이자 예술가

 

불법을 악용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타투를 받은 뒤 의도적으로 마음에 안 든다며 수백만 원을 요구하거나 협박하는 사례들도 있다. 여성 타투이스트들은 성폭력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작업실에 밤늦게 찾아오거나 SNS로 성기 사진을 보내거나 불필요한 성적 연락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소비자는 의뢰인으로 시작해 불법이라는 것을 이용해 협박을 하거나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운 여성 타투이스트의 처지를 악용하기도 한다. 실제 이런 괴롭힘으로 안 좋은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허수정 조합원의 경우 실제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00만 원의 선고를 받았다. 타투는 대개 현금으로 거래되지만 허수정 타투이스트의 경우 계좌로 돈을 받았다가 ‘보건 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 조치법’의 적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분의 경우는 타투를 받았던 손님이 작업이 마음에 안 든다면서 환불을 요구한 게 아니라 해코지로 신고한 거였어요. 허수정 조합원이 캐나다인 남편이랑 결혼을 해서 해외 이주를 계획하고 비자 신청이 들어가 있던 상황이었는데, 재판이 시작되면서 갑자기 징역형을 받게 된 거예요. 상식을 가진 캐나다인 입장에서는 무슨 타투로 2년형을 받냐, 그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지요. 이 사건은 지금 저희 민변 변호사님들이 변호를 하고 계시고, 헌법소원, 국가인권위 제소 이런 것들을 하고 계시고, 유엔에 제소하는 것도 준비 중이에요.”

 

실제 징역형을 받은 사례가 또 있는지 물었다.

 

“저희 조합원이 현재 750명 정도 되는데 그중에 약 1퍼센트 정도인 7명에서 8명 정도가 징역형을 구형받아서 재판에 들어가 있어요. 약식명령으로 저처럼 벌금형 처해졌다가 전과가 달리는 조합원은 너무 많고요. 조합이 생겼던 첫해에는 이런 벌금형이 100건도 넘었어요.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저도 처음에는 경찰서에서 전화 오고법원에 나오라 그러는데 정말 세상이 무너지더라고요. 조합을 만들고 제일 좋은 것이 저희를 대변해 줄 변호인단이 있다는 거였어요. 변호사님한테 상담하니까 ‘천천히 같이 대응하면 돼요’라고 얘기해 주시는데 그제야 심박수가 가라앉더라고요. 그때 느낀 게 징역형 선고받은 조합원들은 어떤 상태였을까. 왜 다 울면서 전화하고 그랬는지 너무 이해가 가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물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산하 타투유니온은 2020년 2월 27일 10여 명으로 시작해 현재 750여 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다. 김도윤 지회장은 집회 한번 해 본 적 없는 프리랜서 예술인들이 3년 동안 이 정도로 연대할 수 있었던 이유를 화섬식품노조의 합리적인 조직력으로 돌렸다. 왜 예술인노동조합 쪽으로 가지 않았느냐 물었다. 그는 이 일을 하며 단속에 걸려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친구들, 손님한테 폭행을 당해서 신고했는데 경찰이 와서 외려 폭행당한 작업자를 연행해서 전과가 달린 친구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러면 정말 못 견디거든요. 자살한 동료들도 있고요. 노조를 만들자고 결심하고 3년 동안 노동조합들이 움직이는 걸 지켜봤어요. 사실 저희가 예술이라고 주장하면 어떨 것 같으세요?”
 

그가 되물었다. 
 

“예술가 쪽에서는 ‘노’예요. 저는 제가 하는 작업이 당연히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예술계에서는 현행법상 불법인 타투를 예술로 포함시킬 수 없다, 이런 식으로 보수적으로 대응해요. 예술인 복지법에 해당된다는 건 어떤 영역에서는 또 비용이 발생하는 거죠. 저희의 최종 목표는 예술인 복지법상에 예술인으로 등록되는 겁니다. 이유는 되게 심플해요. 캔버스에 그리면 화가고, 몸에 그리면 불법이라는 건 잘못된 기준이니까요. 저희가 화섬으로 들어갔던 이유는 현재 예술인들도 저희를 예술로 인정하는 게 쉽지가 않고, 또 저희는 현재 법률상 불법 노동자들이라는 점 때문이에요.”

 

김도윤 타투 작업 모습. 사진 제공_ 김도윤

 

김도윤 씨와 타투유니온은 대한민국에서 노동과 예술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그는 헤어지기 전 빛과 어둠이 있으면 빛 쪽으로, 삶과 죽음이 있으면 삶의 생명으로, 사랑과 미움이 있으면 사랑 쪽으로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가려는 것이 자신의 작업이라고 했다. 그는 타투가 불법인 나라를 바꿔 나가는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헌법이라는 피부에 노동의 가치를 바늘로 새기는 중이다.

 

* 글쓴이 하명희 씨는 소설가로, 《불편한 온도》, 《고요는 어디 있나요》, 《나무에게서 온 편지》 등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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