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당

독자 후기

11월호를 읽고 - 풀무질을 다녀 오다

강기원

view : 2840

나의 몇 안 되는 취미 중 한 가지는 책에 관련된 것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현황을 확인하거나

책 속에서 언급된 또 다른 책을 검색해 보거나

또는 회사 동료나 동호회 사람들, 팟캐스트에서 추천하는 책들을 바탕으로 구매 목록을 작성한 후

한달에 보통 서너권의 도서를 온라인으로 구매한다.

 

그리고, 가끔은 오프라인 상점에서 책을 사기도 하는데

불행하게도 동네 서점에서는 중고등학생 참고서를 주로 취급하기 때문에

서울 시내 오래된 헌책방을 탐방하며 가방 가득 헌 책을 쟁여 오는 수고를 하기도 한다.

사는 곳에서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홍대나 용산에 위치한 헌책방을 이용하는데

가끔은 잡지나 신문에서 소개하는 비교적 먼 거리의 헌책방을 다녀 오기도 한다.

 

지난 주말에는 오랫동안 벼르던 풀무질에 다녀 왔다.
풀무질 사장님의 책을 읽고 헌책방 순례 명단에 올린지 오래건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벌써 1년도 넘게 지나가 버린 듯 했다.

그러던 차에 11월 호 작은 책에 실린 사장님의 기고를 보고는

귀신에 홀린 듯이 풀무질로 향하는 버스를 타게 되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여기는 헌책방이어야 했는데 헌책이 없다는 사실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평소에 관심을 가지던 대안 학교나 공동체, 귀농 소재의 책이 있어 내심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몇 권을 눈여겨 보았다.

 

사장님께서 커피를 주시며 담배를 한 대 피자고 하셨을 때 두 번째로 살짝 놀랐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최근에 담배를 다시 피기 시작해서 내 가방 안에는 롤링타바코가 준비되어 있었다.

요즘은 술집에서도 담배 피울 곳이 없는데

책 속에 둘러 싸여 말아 피는 담배는 그 맛이 일품이었다.

 

한 시간 가량 책방을 둘러 보고 몇 가지 책을 추려서 계산대로 향하는데

사장님께서 오랜 단골 손님인 듯한 분에게 당신이 직접 쓰신 글을 건네 주며 하시는 말씀은

나에게 적지 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사람이 밥을 먹었으면 똥을 싸야 되듯이, 책을 읽었으면 글을 싸야 된다.' 라는.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나는 책에 관한 한 변비 환자였다, 먹기만 하고 쌀 줄 모르는.

그래서, 지금 나는 배변 훈련을 시작하는 중이다.

이 나오다 만 똥을 시작으로.

작은 책과 작은 책에 기고를 하시는 모든 독자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 작은책 고맙습니다~ 2015-12-24 14:34 댓글삭제

자동입력방지 스팸방지를 위해 위쪽에 보이는 보안코드를 입력해주세요.

먼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주세요.

창닫기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