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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치할 수 없는 암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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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812일 제주에 내려와 하루 쉬고 나니 좀 살 것 같다. 수면부족과 스트레스로 입안이 엉망이 됐다. 오빠를 살리기 전에 내가 먼저 죽을 것 같아서, 일단 제주로, 남편 옆으로 피신을 왔다. 내가 제주를 떠나 있는 시간, 매일 저녁에 남편은 자신이 달리는 모습을 찍어 뽀뽀로 마무리한 영상을 보냈다. 나는 그 영상을 보고 기운을 냈다. ‘지금 내게 남편이 없었다면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남편에게 정말 고마웠다.

왕솔이 2학기 개학이 신경 쓰였다. 오빠에게 솔이 담임 선생님 전화번호를 물어본다고 전화를 했다. 어찌하다 새언니 일 그만 두고 한글 배우는 걸 말하는데, 오빠 언성이 높아진다.

다문화 지원센터도 일주일 두 번 밖에 교육을 안 하는데, 뭘 배우는지 모르겠어. 지금 어린이집에 일 다니면서 그 곳 선생님과 말하거든. 말 배운다고 그러니까 일을 하라고 한 거야.”

오빠 건강도 걱정이지만, 나는 아이들 건강과 생활도 걱정이 돼서 그래요. 저는 새언니랑 의사소통이 너무 어려워요. 오빠가 챙겨준다고 해도 왕솔이도 초등학교 1학년이고, 안나도 어린데 엄마가 한국말을 좀 해야 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왕솔이 치과, 안나 치과 문제도 있지요.”

그건 우리 부부가 알아서 할 일이야. 넌 너무 앞서 나가!”

그래서 맨날 사고 터지면, 지금처럼 내가 수습을 하잖아! 언제까지 내가 이래야 하냐고?’

할 말은 많았지만, 오빠를 진정시키고 선생님 전화번호만 받고 끝냈다. 남편과 점심 먹고 장을 보고 오니, 차에 두고 온 내 휴대폰, 부재중 통화가 8통이다. 다 오빠다. 오빠는 내가 일부러 전화를 안 받는 줄 알았나? 양양 동생 말이 오빠는 보통 말을 안 해서 착한 줄 알지 굉장히 멍청하고 나쁜 인간이란다. 동생들이 필요한 일로 연락하면 무시하고, 자기 필요하면 이런 식이다. 기다리는 것을 참지 못한다.

오빠와 통화 중 의사 할배(내가 한 번도 직접보지 못한 담당주치의)가 오빠보고 아직 똥이 안 나오나?”고 물어보는데 오빠가 동생과 통화를 한 번 해보라니 뚝! 전화가 끊겼다. 그리고 다시 전화가 왔다. 내가 만났던 젊은 의사다. 정신이 없어서 녹음을 했다. 관공서와 병원 일을 보니 녹음이 필요하다. 요즘 무조건 녹음을 한다. 완치할 수 없는 암??? 녹음한 파일을 듣고 또 들었다. 눈물이 쉬지 않고 흘렀다.

조직 결과 검사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암으로 보고 있잖아요? 지금 약물치료를 하려고 해도 위장 쪽이 너무 좁아요. 그래서 그 길을 넓히는 수술을 하려고 해요. 대장검사와 별개로 진행을 하려고 합니다.” 의사가 말했다. 나는 지난번과 같이 유도 질문을 했다.

그럼, 선생님 내시경 소견 상 수술로 절개하기에는 암이 너무 커서 지금 종양을 줄여서 항암을 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려고 하는 건가요?”

안돼요. 안돼요. 완치는 안돼요. 완치 할 단계는 이미 넘어 갔어요. 아하(긴 한숨소리)...” 의사는 힘들게 말했다. 오빠는 수술할 단계를 이미 놓쳤고, 오빠에게 항암은 치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마지막까지 의사는 암으로 확진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말하기 어렵다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확진은 아니지만 완치 할 단계는 이미 넘어선 곧 하려고 하는 수술은 살아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음식을 먹게 하려고 하는 거란다.

양양 동생에게 제일 먼저 알렸다. 녹음파일을 보냈다. 내가 듣고 인식한 것이 바른 것인지 나도 알 수 가 없었다. 동생 전화가 왔다. 둘이 같이 엉엉 울었다. 일단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것은 미루기로 했다. 내가 만약에 지금 오빠 상태라면 어떤 수술도 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동생은 천안 언니와 오빠의 선택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했다.

여수 친구 전화가 왔다.

나 어떻게 해. 나 어떻게 하나. 어떻게 부모님께 이 말을 전해, 어떻게.” 통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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