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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삼 유감

이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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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용어로 그레샴의 법칙이라는 게 있답니다. '악화(나쁜 것)가 양화(좋은 것)를 몰아낸다'로 정리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는 경제에만 통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경제가 곧 삶이라고 보면 경제 아닌 게 없지요. 버티다가 버티다가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버티다, 떠나다가 얼마나 적절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계삼 선생을 보면서도 그레샴의 법칙이 생각났습니다. 물론 떠나는 자가 꼭 양화이고 남아 있는 자가 반드시 악화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자꾸 생각나는 그레샴의 법칙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3월호에 실린 '절망 학교 희망 교육'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동업자라서 더 그렇습니다. 물론 이계삼 선생이 떠난 자리에 새로운 동업자가 한 사람 들어오겠지요. 그래도 허전하고 서운합니다. <질문과 대답> 첫머리에서 "선생 노릇을 하면 할수록 아이들에게 사기 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라고 한 문장을 읽었을 때는 내 몸에 있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처럼 쓰라렸습니다. 나는 남아서 사기를 더 쳐야 하나 싶었어니까요. 사기(詐欺)를 안 치고 아이들의 떨어질 대로 떨어진 사기(士氣)를 올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까지 섰던 교단은 떠나지만 새로운 교단을 잘 꾸려 가리라고 믿습니다. 그러면서 선생 노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도 참 많습니다. 그래서 '이계삼 유감'입니다. 유감(有感)이기도 하고 유감(遺憾)이기도 합니다.  <작은책>을 통해서 글로라도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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