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당

독자 후기

8월호를 읽고 "지금 아니면 언제?"

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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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선생님의 글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경호와의 캠프에서 쓰신 시 <아이의 맛>은 몇번이나 다시 읽었고, 읽을 때마다 가슴이 턱하고 막혀왔습니다. 시 속 '이 유서 깊은 어른의 맛'이 무언지 알 것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저희 시골 마을에 초등학교 3학년짜리 여자아이가 왔습니다. 아이가 없는 마을인데, 고모네 집에 온 것입니다. 아빠가 갑작스런 큰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었고, 엄마는 아빠를 간호하고, 그래서 중학생 언니는 쉼터에서 학교를 다니고, 이 꼬마는 외할머니네 맡겨져 있다가 고모네로 온 것입니다.

외할머니네 있기 싫다고 고모에게 사정사정을 해서 온 아이는, 아기가 있는 저희집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습니다. 한창 부모 사랑 받을 나이에, 이곳저곳에서 눈치밥만 늘어난 아이를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직 두돌도 안된 저희 아기의 장난감을 열살난 녀석이 더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잘해줘야겠다, 조금이라도 사랑을 줘야지 마음 먹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한두달 시간이 지나다 보니, 아기를 보면서 옆에서 조잘대는 이 아이를 같이 상대하는 게 너무 힘들어졌습니다. 나중에는 은근히 짜증까지 나더군요.

여름방학이 되고 교회 수련회를 갔다는 아이가 며칠 보이지 않으니 세상 편했습니다. 그래도 며칠 뒤면 오겠지, 오면 또 어떻게 상대해줘야하나, 그래도 친절하게 대해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며칠이 지나도 아이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나중에 고모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고모도 아이 때문에 일을 못하고, 방학에는 도시락까지 싸서 학교에 보내야 하고, 또 이런저런 말썽으로 귀찮게 하니 다시 외할머니네로 보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아이가 있을 때는 말 못했는데, 외할머니네서 처음 데리고 온 날 머리를 하도 긁어대서 머리를 감겨놓고 보니 이가 버글버글했다더군요. 아이 속옷은 때에 찌들어 있었고요.

그런 곳에 다시 보냈다니. 머릿속이 아득해졌습니다. 아이는 자기가 잘못했다며, 고모랑 살면 안되느냐고 빌었다더라고요. 며칠 뒤면 당연히 볼 거라 생각하고, 이젠 정말 잘해줘야지, 했던 결심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습니다. "아픈 '마음'을 끌고 저기 아이의 맛이 간다".....

내내 떠나지 않는 '지금 아니면 언제?'가 저를 괴롭게 합니다.

  • 작은책 안녕하세요. 낯선 아이를 제 품에 끼고 지낸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닙니다. 어린 아이 하나만으로도 벅찬걸요. 이 글을 보는 저희도 마음이 편치 않네요.... ㅜㅜ..(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2016-08-09 09:43 댓글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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