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당

독자 후기

웃음이 터져나오는 바람에

최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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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 지하철에서 작은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

아침 뉴스에는 여전히 일부 강성조합원만 파업철회를 반대하고 있다는 답답한 소리가 들려오고

밤을 함께 세우지 못하고 홀로 돌아온 발걸음이 천근만근인 터였는데

 

지하철에 들어서니 지하철 의자에 한진관련 유인물이 놓여있었습니다.

또 어느 고마운 분들이 새벽같이 이러고 계셨구나 싶었습니다.

이 귀한 종이, 한자 한자 고민하며 썼을 유인물을 그냥 마구재비로 접을 수가 없어서 곱게 접어서 손에 들고 있던 작은책에 끼워놓고 무거운 마음으로 작은책을 열었습니다.

 

하필 첫 손길에 펼쳐진 부분이 "엄마 아빠는 몇번째 남자야?"

 

한줄 두줄 읽다보니...지난 밤부터 조금전까지 딱딱하게 굳어있던 얼굴에서 키득키득....웃음이 나고 말았습니다.

 

어험....^^;;;;

 

옆자리 남자분은 고개를 빼꼼히 내고 저를 훔쳐보내요. 쳇...제가 모를 줄 알고...ㅋㅋ

무안한 마음에 친구에게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작은책 이번호 보다가 너무 재미나서 웃었더니 옆남자가 쳐다봐]

 

친구의 답장, [그럴 때 작은책 보여주면서 이책 재밌어요하고 소개해야지] 하는겁니다.

아차차...

제가 이렇게 늘 39% 부족합니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모든 인연이 그렇게 시작되는데...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먼저 웃음 한번, 눈짓 한번으로..

그러고 보면 영화나 소설이...비현실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풉...여튼 전 옆남자에게 그러질 못했습니다.

 

그저 보란듯이 작은책 표지를 곧추 세워가며

누가봐도 <작은책>이란 이름을 볼 수 있게끔 한 채

더욱 열심히 키득일 뿐...

이러면 누군가는 쟤머야, 하면서도 작은책을 검색해보지 않았을까...한명이라도????

 

지하철을 내리면서 생각했습니다.

살면서, 살아가면서 어떤 순간에도 유머와 위트를 잃지 말아야겠다고

가슴 도려내듯 아픈 때에도, 미치도록 화가 나는 그 때에도 말입니다.

 

유머와 위트로 흐트러진 마음을 얼른 추스리고 상처난 내 마음도 위로를 합니다.

그런 다음에야 내 눈앞에 그리고 내 가슴 옆에 고개숙이고 있는 '사람'의 손을

따뜻하게 잡을 수 있을거 같아서 말입니다.

 

오늘 아침, 이서분 님의 글 덕에 많이 웃었고 제 마음도 한결 좋아졌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 작은책-지은 한진 생각하면 답답하고 가슴 아픈데..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있는 건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겄죠. 힘내서 살아야죠!! 고맙습니다!! (__) 2011-06-28 10:12 댓글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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